새로운 이야기를 할 때가 됐어요. 

다시 한번 피리를 불어야겠군요. 1


2020년 발행한 『피리 부는 여자들』은 대전에서 비혼여성 공동체 ‘비혼후갬’을 운영하는 

페미니스트 문화기획자그룹보슈(BOSHU) 팀이 공동으로 집필한 책으로, 권사랑, 서한나, 이민경 

작가는 자신들이 경험한 비혼, 동거, 연애,경제활동 등동시대 젊은 여성의 다양한 삶과 관계를 

유쾌하면서도 솔직하게 풀어냈다. 가족과 친족의 의미를 해체· 재구성하고, 서로다른 성(性)과 

인종은 물론 인간과 비인간이 함께 공생할 수 있는 동시대 공동체의 가능성을 모색한 전시 

《카밀 6》(2021)를준비하며 작가는 대전 선화동에 비혼여성 공동체를 꾸리고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이후 작가는 1년여의 시간을 보태어 프로젝트를 심화시켜나갔고, 

그 결과물을 개인전 《피리부는 여자들》에 선보이게 되었다. 이 사진들에는 『피리 부는 여자들』의

필자(권사랑, 서한나)와 디자이너(신선아) 도등장한다. 주황 작가의 개인전이기는하지만 이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은 이번 전시를 특징짓는 주요 포인트가 된다. 이처럼 『피리 부는 여자들』은 

《피리 부는여자들》의 기원이자 조건이며, 《피리 부는 여자들》은  『피리 부는 여자들』의 

또 다른 에피소드이자 이미지로써 내려간 텍스트라 할 수 있다.


〈의상을 입어라〉(2016),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다큐멘터리〉(2016), 〈Departure 출발〉

(2016), 〈민요,저곳에서 이곳에서〉(2018- ) 등을 통해 동시대 한국 여성의 삶과 그들의 삶을 

구성하는 사회 경제적 조건을탐색해온 작가에게 있어 비혼여성 공동체의 삶은 그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이슈였을 것이다. 〈피리 부는 여자들〉에서도 마찬가지로 ‘여성’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그 이미지들이 ‘여성’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올리는일반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비껴간다는 것이다. 이들을 여성으로 규정하는 어떤 기호도 사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짧은 머리, 

펑퍼짐한 의상, 농구 하는 모습은 오히려 ‘남성적’이라 분류되는 특징에 가깝다. 더불어, 비혼여성 

공동체를담아낸 사진에서 무엇이‘공동체’를 표상하는지 이미지는 결코 설명하지 않는다. 이들은 

그저 모였다가 흩어지기도하고, 어슬렁어슬렁 동네를 배회한다.


이처럼 의미를 설명하지 않는 이미지의 모호성은 주황 작가의 작업 전반에 드러나는 특징이기도 하다. 

뉴욕이라는공간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아시아 여성의 이질성과 타자화의 경험을 통해 정체성과 

장소성에 대한 질문한 제기한〈얼굴〉(1995-1996), 〈노래방〉(1999-2001), 〈Stranger Than 

Paradise〉(1996)에서도, 한국 여성의감정노동과 소외를 다룬 〈의상을 입어라〉와 한국 특유의 

화장품 광고 문법을 차용하여 여성의 이미지 뒤에 가려진 사회적, 경제적, 구조적 조건들을 다루었던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다큐멘터리〉에서도 이미지는 무표정할 뿐 설명하지 않는다. 여기서 그의 

사진적 특징 가운데 하나인 ‘무표정함’은 모호함의 전략적 수단으로 기능한다. 〈피리부는 여자들〉 속 

인물과 풍경은 모두 무표정하다. 더 정확하게 말해 어떤 감정과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함구한다. 판단이 

지연되고 유보되는 표면으로서의 이미지는 오히려 재현된 이미지 너머의 것을 보도록 촉구한다. 

주황의 작업이정치적인 이유는 이 지점에서 나온다. 판단을 보류함으로써 기존에 확립된 인식과 

의미들을 정지시키는 것. 의미가중단된 지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살필 수 있다. 그래서 

작가는 모든 것을 설명하는 대신 모호하고 불확실한이미지를 관객에게 제시하고, 관객 스스로 

이미지의 베일을 하나씩 들춰보도록 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그 이미지 뒤에가려진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구조와 그것이 만들어낸 부조리함을 발견하도록 말이다. 그렇기에 주황 작가의 초상은

어쩌면 ‘위장’이라 할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그의 초상의 표면에 시선을 정박시켜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최근 행안부가 발표한 「2022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1인 가구의 비율은 2021년 기준 

40.3%에 이르고 있다. 2인 가구는 23.9%, 4인 가구는 18.7%, 3인 가구는 17%였는데, 1970년 

1인 가구가 0.6%,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전형적 4인 핵가족 형태는 55.5%였던 것과 비교하면 그간 

한국의 가족 형태 및 구조의 전형성과 보편성은 약화하고다양성과 유연성은 향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한국의 주요 가구 형태는 1인 가구라 해도 과언은 아니고,한부모가정, 비혼 동거 가족, 동성 가족, 

다문화 가족 등 삶의 형태는 다양해지고 있지만 “외로운 한국, 혼자 사는 세대40% 넘었다”는 제목의 

기사가 2021년 시점에도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관념과 인식이 여전히 

두터움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대전 선화동에 모여 사는 이 여성들의 삶은 조금 다르다. 선화동에 

각자의 거처를 두고 서로가 필요할 때 함께 모인다. 같이 밥을 먹고, 과일 상자를 받으면 나누기도 하며, 

밤에 구 충남도청건물을 돌며 산책을 하고, 달리고, 이야기를 나눈다. 근처 초등학교에서 농구를 하거나 

재개발로 변해가는 선화동 한건물 옥상에 올라가 어슬렁거리며 사진을 찍고, 깨진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기도 한다. 서로가 필요할 때 채우는 삶, 세상과 연결되는 삶, 사생활을 유지하는 동시에 

범죄로부터 보호받는 삶. 국가와 가족이 만들어주지 못했던 울타리를이들은 직접 만들어 그 안에 

거주한다.   


1 서한나, 「기획의 변」, 『피리 부는 여자들』, 권사랑, 서한나, 이민경 지음(대전: 보슈), 7.


이와 같은 행위는 개인적인 차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비혼여성의 증가는 단순히 개인적 선택의 

결과가 아니다. 여성이 비혼을 결심하는 데에는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여성으로서의희생을 요구하는 사회 구조적 요인이 작용한다. 이들이 속해있는 

보슈는 비혼후갬을 운영하면서 글쓰기, 연극, 주식,축구, 언어, 요리 소모임 등 여러 활동을 조직하여 

여성 개인이 사회 경제적 토대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대안적공동체의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대전시 청년정책과 산하의 청년 정책 기구 ‘대전청년정책네트워크’ 안에서 2019년 젠더 팀을 꾸려 

제도 개선에서 힘을 쓴 바 있다. 이처럼 1인 가구는 사회적 존재인 개인이 타인과 소통하고, 느슨한 

동시에 긴밀한 유대를 형성해 나감으로써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실험하는 장이기도 하다.


기존의 관념과 인식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삶의 형태를 실천해 나가는 이들의 태도는 《피리 부는 

여자들》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당당하고 진취적이면서도 유연한 모습은 트렌디하기까지 하다. 

자신의 정체성과 개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삶을 담기 위해 작가는 그간 비교적 세팅된 환경에서 

작업해온 것과 달리 스냅 형식을시도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진적 특징은 여전히 남아있다. 

인물의 성별도, 젠더도, 섹슈얼리티도, 직업도,관계도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하고 불확실한 초상 

이면에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의 레이어가 존재하며, 그 레이어를 하나씩 들춰보는 일은 이제 

관객에게 넘겨진다.


이들은 오늘도 선화동을 배회한다. 제법 차가워진 밤공기를 마시며 하염없이 이어지는 이들의 ‘스무고개’ 

놀이와더불어 들려오는 웃음소리는 선화동의 풍경을 한껏 생기롭게 만든다. 구 충남도청이 자리한 

구도심으로 비교적 땅과 집값이 저렴했던 선화동은 근대 도시의 형태가 여전히 남아있어 ‘레트로’적 

감수성을 좇는 많은 사람이 몰리며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고 있고, 스러져 가는 낡은 건물들 사이에 

새로이 지어지는 상업 시설과 아파트 단지는선화동의 풍경을 더욱 이질적으로 만들고 있다. 주황 작가의 

시선에 포착된 선화동 곳곳의 모습은 시간의 간극이만들어내는 일상의 풍경이 초현실적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는 알고 있다. 그가 거주했던 뉴욕의 한 구역이한인 슈퍼, 노래방, 서점, 미용실, 제과점 

등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역에 반영하고 점차 문화를 만들어 나감에 따라뉴욕의 ‘K-town’으로 명명되고 

가시화되었던 것처럼, 선화동에 모인 이 여성들 역시 주거 양식과 삶의 방식에 따라동네를 재 구성해 

나가며 대안적 삶의 형태를 조직해나갈 것이라는 점을 말이다. 주디스 버틀러는 “행위, 수행, 과정뒤에는 

어떤 ‘존재’도 없다. ‘행위자’는 그 행위에 부과된 허구이다. 행위만이 전부이다.”라고 말하며 정체성을 

“하나의 실천”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체성은 결과라고 알려진 바로 그 표현물 때문에 

수행적으로 구성된다.”는 버틀러의 말처럼 《피리 부는 여자들》의 주인공들은 수행적 실천을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은 물론, 가족의 의미도 재 구성해 나갈 것이다.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해체·재구성되는 활동으로, 명사가 아닌 동사로서 말이다. 기존의 인식과 경계들은 이들의 행위로 인해 

점점 옅어지고 재배치되어 ‘새로운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줄 것이라 기대한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는 

완결이 아닌 진행형이며, 여전히 피리를 불며 어디론가 떠나는 이들은 모니터 위를 자유롭게, 

역동적으로 유영한다. 오늘도 피리 부는 소리를 따라 흘러가 본다.  


2 사지원, 「1인 가구 비율, 사상 첫 40% 돌파… 주민등록 인구 2년째 감소」, 『동아일보』, 2022년 8월 23일 자. 

https://www.donga.com/ news/article/ all/20220823/115111269/1.  

3 이재경, 『한국가족: 신가족주의에서 포스트가부장제로』(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문화원, 2022), 53-54.  

4 박승철, 「“핵가족도 이젠 옛말”…외로운 한국, 혼자 사는 세대 40% 넘었다」, 『매일경제』, 2021년 10월 6일 자. 

https://www.mk.co.kr/ news/society/ view/2021/10/948636/.  

5 실제 비혼후갬 멤버들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비혼을 선택한 이유로 가족과 회사에 내재되어 있는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인 성격을 지적하고 있다. 비혼후갬 그룹 인터뷰, 「비혼여성 공동체에 살고 있습니다.」, 『카밀 6 

텍스트북』, 2021.  

6 박성연, 「1인가구,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위한 실험」, 『어쩌면 우리 모두 1인가구』, 곽재식 외 지음

(서울: 미디어샘, 2021), 141.  

7 주디스 버틀러, 『젠더 트러블』, 조현준 옮김(파주: 문학동네, 2008), 131.  

8 위의 책, 356.  

9 주디스 버틀러, 가야트리 스피박, 『누가 민족국가를 노래하는가』, 주해연 옮김(서울: 산책자, 2008), 33.